우간다에 선교사로 나가 계신 함영식 목사님의 글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껴 이곳에 옮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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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우간다로 떠나오기 직전,
연로하신 여 집사님으로부터 특별한 부탁을 받았습니다.
“목사님, 멀리 가서 선교도 좋지만 가족들 잘 챙겨주세요.”
제 가족을 잘 챙겨달라고 부탁하신 집사님의 아버지는 다름 아닌 목사님이셨습니다.
집사님의 부탁으로 인해
하나님의 일이 최우선이기에 가족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그 시대의 선배목사님들과
그 가족들의 삶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우간다에 와보니, 목회자들의 삶이 무척 고단해보였습니다.
한 목회자가 맡고 있는 교회는 평균 14개.
교회들 간의 거리도 멀거니와 길도 좋지 않고 교통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목사님들이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도 적지만,
경제적인 부족을 채우기 위해 맞벌이하는 사모님들과 떨어져 지내는 목사님들도 많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다시금 집사님의 부탁이 떠올랐습니다.
내 가족만 챙길 것이 아니라 우간다 목사님들의 가족들도 챙겨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1회 사역자부부세미나를 준비하였습니다.
남서우간다대회 소속의 31명의 사역자와 사모님들을 불러
2박 3일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르치고 격려하고 감동을 주고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이 사역을 감당할 때,
하나님의 섭리와 그들의 헌신이 만났을 때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음을,
하나님께서는 부족할지라도 사람과 함께 일하시고
또한 일하시길 원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대회가 있는 도시로 난생처음 나온 사모님들이 많았습니다.
여관 건물의 2층에서 처음 잠을 잔 사모님들은
마치 하늘에서 잠을 자는 것 같다며 신기해 했습니다.
목회자 윤리시간을 통해 사역자의 역할과 사명을 배웠고,
선배 사모님으로부터 자신을 가꾸는 법, 자녀들을 교육하는 법,
원하지 않은 시간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는 마음가짐까지
실제적인 방법들을 두루 배웠습니다.
농업전문가와 양계전문가로부터 남편이 사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내로서 부족한 가계에 보탬이 되는 다양한 기술도 배웠습니다.
부부가 서로를 얼마나 아는지 퀴즈를 푸는 시간과
사모님들만의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고
선배사모님들의 조언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남편에게 바라는 것, 아내에게 바라는 것을 적어 나누었고,
홍콩 삼육대학교와 미국 버지니아 한인교회의
사랑이 담긴 물건들을 펼쳐놓고 달란트시장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2박 3일이 끝나는 날 가까운 공원으로 소풍을 가고,
근사한 식당에서 점심도 대접하였습니다.
짧지만 알차게, 사역자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역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 사역자들로부터 다양한 소식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방문을 마치고 늦게 집에 들어오면
아내는 따뜻한 음식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늦게 들어온다고 불평이 많았지만
이제는 남편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입니다.
교인들로부터도 사모님이 달라졌다는 말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른 교회를 가느라 자리를 비울 때면
그 빈자리를 사모가 채우게 되었습니다.
남편들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이제 두 부부가 마주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가는 곳에 함께 가고 싶어 했던 아내를
이제는 기꺼이 데리고 가 주었습니다.
안식일 아침 혼자만 바삐 교회에 가지 않고
아이들과 아내를 챙겨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전문가로부터 배운 지식을 활용해 농사도 지었습니다.
이런 저런 작은 변화들로 부부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사역은 더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더 큰 변화를 경험한 가정들도 있었습니다.
몇 사역자는 복음사역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부세미나 이후 아내와 다시 의논을 하였고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이 일을 계속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저 역시 우간다의 사역자들과 그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행사에 가야 하는데 입을 옷이 없어 교회 집사님께 옷을 빌려야 하고,
손님이 오셨을 때 사용할 그릇이 없어 부끄럽고,
당장 가족이 먹을 양식조차 없음에도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마련해야 하는 고충을 들을 때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사역자들과 그 가족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은 영혼을 구원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일 또한 값진 일입니다.
사람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께 어쩌면 이들은 가장 귀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각각의 어려움을 마주하며
복된 소식을 전하는 모든 이들을 기억해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어려움들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