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버지는 6. 25 전쟁에서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 국가 유공자였다.
아버지는 그에게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
‘병신의 아들’이라 놀리는 친구들 때문이었다.
가난은 그림자처럼 그를 둘러쌌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마다, 술의 힘을 빌려 말했다.
"아들아, 미안하다."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 때 축농증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는데
국가 유공자 의료복지카드를 내밀자
간호사들의 반응이 싸늘했습니다.
다른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고
몇몇 병원을 돌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이 사회가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냉랭하고 비정한 곳인지 잘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받아 줄 다른 병원을 찾던 중
그는 자기 삶을 바꿀 의사를 만나게 된다.
'이학산'이라는 이름의 외과 의사였는데,
그는 어린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그는 진료비도 받지 않고 정성껏 치료하곤,
마음을 담아 이렇게 격려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그 한마디가 어린 이국종의 삶을 결정했다.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자.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자'
그를 대표하는 삶의 원칙도 그 때 탄생했다.
'환자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
어린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며,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라는 말을 한 의사가 없었다면,
그는 우리가 아는 이국종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끄럽다고 생각한 의료복지카드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준,
근사한 한마디가 세상을 아름답게 했다.
누군가 자신의 꿈을 말할 때, 당신은 뭐라고 답해주는가?
"다 좋은데, 그게 돈이 되겠니?"
"너 그거 하려고 대학 나왔니?"
"그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야!"
그런 말은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호응하면 어떨까?
"네 꿈 참 근사하다."
"참 멋진 꿈을 가졌구나!"
"그런 꿈을 가진 네가 나는 참 자랑스럽다."
한 사람의 꿈은, 그것을 지지하는
다른 한 사람에 의해 더 커지고 강해진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대가 그 한 사람이 돼라.
“한 마디만 달리 말해도,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북한 귀순병을 살린 의인 이국종 교수
글 / 작가 김종원
- 자료출처 : 카스다 게시판